도토리묵 이바구/도토리묵은 학문의 완성이다.

도토리는 문화다....-통영은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다

윤동주비트겐나스글나라 2014. 12. 20. 09:49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나

봅니다.

통영을 처음 가

보았지요.

그때 통영이라는

도토리 한 알을 주웠지요.

그 이후

통영인의 삶을 알기 위해

통영의 서호시장과

중앙시장을 수차례 오갔으며

갯가에 나가 바닷사람들의

질곡을 느껴 보기도 했지요.

지금은 많이 바뀌어

그때의 모습을

찾기 어렵기도 하지만

짭조롬한 바다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통영의 문화를 알기 위해

강구안을 수차례 오갔으며,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으려고

초등학생이었던 딸들을

데리고 다니기도 했지요.

남망산을 오르면서

이 지역 출신 예술가들을

떠올리고

충렬사 계단을 오르면서

역사를 이야기하고.......

 

통영 보기는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수시로 통영을 오갔지요.

대학원을 입학하기 전부터

통영을 다녔으니....

그 아이들이 대학생이 모두 되었고.....

통영에 대해 연구를 시작한 것이

얼추 7-8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통영하면 떠올리는 동피랑....

서피랑....

맛집들.....

.......

삶의 주름살들을 보면서

가슴 아픈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한때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다.'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더군다나

글께나 쓴다는 사람들....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에서도 통영을

소개할 때면 어김없이

'한국의 아름다운 항구

동양의 나폴리 통영을 소개하겠습니다'로

시작해서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서 000이었습니다'로

끝내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지요.

 

'아니...

통영이면 통영이지 동양의 나폴리는 뭐야...'

통영이 어디로 봐서 나폴리와 같단 말인가...

항구가 아름다우면

모두 나폴리와 비교되어야 하는가?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통영'이라면 모를까.....

저는 하여튼 '동양의 나폴리 통영'이라는 단어가 정말 싫었습니다.

왜 통영은 통영이면 안 되는가....

왜 통영을 굳이

동양의 나폴리라 불러야 하는가......

통영.....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통영은 '통영'임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이제 통영은 '통영'임을

말할 근거를 찾았습니다.

왜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가 아닌

통영은 '통영'이어야 하는지....

그래서

문화로서의 도토리 한 알을 주워 묵을 쑤었답니다.

세상의 문화에 대해

삐딱한 시선으로 보았던 것이

다소 떫기는 하지만

미완의 도토리묵으로 탄생하게 되었지요.

 

이름하여

 

"스토리텔링으로서의 '통영정신'의 가치와 문화콘텐츠 개발 방안"

다음 달 부터 문화를 연구하고

통영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떫고 약간은 무르고

아린 맛이지만

그 묵 맛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통영이 '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통영'이어야 한다는 것을 비록 문화를 통해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람이 있습니다.

적어도동양의 나폴리가 아니라 

통영이어야

하는지 말했기 때문입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게 된 것이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문화에서

오류를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문화를 통해

그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철학하는 문콘인인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모든 학문의 모태가 되는

철학을 전공했고....

현실을 가장 발빠르게 반영하는

문화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고 떫은 맛이 나는 묵을 완성하면서

 

이제 통영에서 시선을 떼기로 했습니다.

통영을 보면서 진주를 보았고,

진주에서 경남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경남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나고 자란 곳인

진주를 말할 것입니다.

너무나도 떠나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내 고향 진주....

그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내 고향 진주...

열심히 열심히 주워 모아 둔

도토리를

묵으로 만드는 작업을 할 것입니다.

통영보다는 덜 떫은 맛이 나기를 기대하면서

묵을 쑤기 위해

지금부터 주워 둔

도토리 선별작업을 할 것입니다.

 

그 다음은 밀양을 말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밀양 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부지런히 틈나는대로

밀양이라는 도토리 나무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이것도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게 도토리는 향수이기도 합니다.

향수는 문화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도토리는 제게 의미를 하나씩 부

여하고 있습니다.

2014년 12월 20일 토요일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