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나라의 중년기/세상 사는 이야기

누구나 다 세상을 이야기 한다.

윤동주비트겐나스글나라 2016. 1. 17. 17:45

주말이면 남편은 시댁을 간다.
건강 상의 이유로 나는 함께 하지 못한다.
남편이 집에 있었다면

나는 의곡사에서 성도재일을 회광선원에

앉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조용히 집에서 지나간 10년과 앞으로의

10년을 계획하며 밤을 지샜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베란다 너머로 여명을 볼 수 있고 거리를

오가는 차량 불빛에 내가 깨어 있음을 느낄 수 있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근 10여년을 대학원생으로 살아오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상아탑 안에서 기대했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서

오는 부조화에 순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열정을 학생들에게 쏟으면서

홈스쿨과 학원을 운영하면서 맞이했던 40대...
학생들보다 학부모의 열정이 더 컸던 시절...
나는 학부모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자로서의 나는

나 스스로에게 발견되는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철학을 공부했고

그 안에서 내가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많은 문제들은 오히려 문제적 상황이 되었고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불혹은 그렇게 세월을 따라 때로는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가르침에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는

나의 신념은 사회의 많은 문제를 보는

인식변화를 가져왔다.

갈등의 원인이 문화 이해에 있음을 감지한 나는

문화를 통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문화의 습성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못했던

내게 생긴 변화였다.
철학은 그야말로 내겐 공부였다.

그것을 깨달음과 동시에 나는 학원을 깨끗이 접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나는 아이들을 가르친게 아니라
순전히 학부모들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내가 내 필요에 의한 공부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반면에 문화는 내게 연구의 대상이 되었다.

지천명이라는 나이에 시작된 연구....
이순이 되는 시점에 문화를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토대를 쌓는데 너무나 많은 일들이 있었고

연구의 시기에 접어든 나는

공부의 시기에 겪지 못한

또다른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에 맞닥드리게 되었다.
철학에서 배웠던 인간의 마땅한 도리나

합리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은

그야말로 공부일뿐이었다.
나의 꿈에 혼선이 발생한 것이다.

사회는 철학자들이 부르짖는 수많은 이론들을

제대로 받아들 수 있을만큼 여유롭지 못했고

그 어떤 이론도 예측불가능한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체험한 것이다.

문화는 가장 적나라하게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