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답사기/캄보디아

앙코르사원 정상에서 나를 다시 세우다

윤동주비트겐나스글나라 2016. 11. 10. 00:35


앙코르왓은 

내게 최근 2-3년 사이에 생긴 

고소공포증..이른바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도전한 코스이다.

90도 각도에 쳐다 보면 아찔하여

다리가 후덜후덜......

심한 공포가

혹부리 영감의 떨어지지 않는 혹처럼

매달려서 나를 괴롭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극복하고 싶었다.

공황장애는 마음의 문제이니까....

의사의 약 처방보다

내 의지로 극복하고 싶어서

선택한 답사였기에 목표 달성을 하고 싶었다.

사람이 두려워서 생긴 공황장애를

이번에 극복하지 못하면

나는 어쩌면 평생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운전도 도전하지 않았던가....

그 힘으로 나는 나에게 '자신감'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고 싶었다.

나는 내게 미션을 걸었다.

만약 내가 앙코르왓을 오르면

나의 공황장애는 극복된 것이라고......

입장권이 내게 주어지고....

내 눈에는 참으로 부실해 보이는 나무 계단....

이백사십문의 반 밖에 안 되는

계단 폭이 나를 더욱 두려움에 떨게 했다.

한 발 한 발....

내 디딜때마다 등줄기에는

물이 줄줄 흐르고

어지러워지고

속이 메스꺼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을 주기 위해 감내해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다.

극한 상황이 됨을 느낀 나는

나도 모르게

천수경을 소리내어 읊조렸다.

혹시나 중간에 발을 잘못 디뎌

사고 날까봐 두렵기도 하고

어지러워 떨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천수경을 무의식적으로 암송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번에 오를 수 있는 인원은 최대 100명이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없는 외길이라 내가 멈추어버리면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는

앙코르왓을 구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천수경을 다 욀 즈음 나는

어느 새 앙코르왓 정상에 다달았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해냈다는 감격의 눈물....

스스로 극복했다는 감동의 눈물....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었지만

선글라스를 벗을 수가 없었다.

시원한 바람이

내 지친 몸과 마음을

한방에 날려주었다.

사원 전체를 두르고 있는

조각은 캄보디아가 앞으로 수천년동안

문화자원으로 개발해도 좋을만큼 다양한

장면이 내 눈을 현혹하였다.

구석구석 눈 안에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잔상은 내 눈을 현혹하기에 충분하다. 

앙코르왓은 부조만 보아도 하루가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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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는 도시 또는 왕성을 의미하며 왓은 사원을 의미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앙코르 사원은

거대한 해자에 비친 그림자조차 아름다워 황홀해진다.

그러나 그 복원과정에서 염산을 투척하여 망가진

흔적을 보면 아쉬워지기도 한다.

힌두교의 비슈누신과 그 신의 화신인 왕이 거주하는 신성한 공간이다.

앙코르의 종교적 중심지이면서 경제생활의 중심지였다.

크메르족은 왕이 죽으면 그들이 믿던 신과 합일한다는

강한 신정사상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원 방향이 죽음을 상징하는 서쪽을 향해

건축되었다. 왕은 비슈뉴신과 동일하고 왕은 사후 비슈누신의 화신이기 때문에 신의 영역인 중앙신전 중앙탑에 위치한다.

앙코르왓은 지상에 세운 우주적 건축물이고 메루산을 상징한다.

슈르야바르만 2세가 2만5천명을 동원하여 얼추 37년만에 완성한 사원이다.

사진에서 보듯 물 위에 세운 사원처럼 느껴진다.

앙코르사원 부조들은 소설가나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실감했다.

12세기 초 수르야바르만 2세에 의해 건축되었는데 단일 종교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이다. 수르야바르만 2세의 장례를 위해 왕의 재위기간에 완성되었다는 주장이 있는데 비슈누신의 화신으로 여기는 자야바르만 2세의 장례를 치루기 위해 서쪽으로 건축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쿠루크쉐트라의 전투인 마하바라타는 고대 인도의 대서사시인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쿠루크쉐트라의 전투를 의미한다.

판다와족의 셋째 왕자인 아르주나와 그의 마부인 비슈누의 화신 크리시나,

아르주나의 화살에 목숨을 잃은 코라와족 총사령관 비시마 그림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원래 힌두교 신화에는 지옥 개념이 없다. 그런데 마지막 심판을 받는 사후 세계와 37개의 천국과 32개의 지옥에 대한 것이 있다. 이것은 대승불교의 영향이다. 지옥이 존재한다는 것은 윤회사상을 강조하는 힌두교의 환생 개념과 모순이 되지만 캄보디아에는 두 개념이 모두 문제없이 존재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으로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은 물소 위에 앉아 많은 곤봉을 쥐고 심판을 내리고 있는 시간과 죽음의 신인 야마 앞을 통과해야 한다. 단죄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끔찍하기까지 하다.

선한 신 데와와 악한 신 아수라들이 모여 영생의 묘약인 아므리타를 만들기로 하는데 비슈누의 화신인 쿠르마(거북)의 등 위에 만다라 산을 올려 놓고 5개의 머리를 가진 큰 뱀인 바수키를 휘감아 그 양쪽을 밀고 당겨 산을 회전시켜 바다를 휘젓기로 하였다.바수키 머리 방향은 아수라들이 꼬리 방향은 데와들이 잡고 줄다리기처럼 수천 년 동안 서로 밀고 당겼고 그 결과 바다가 소용돌이 치며 돌면서 바다 속의 모든 생물들은 죽고 우유 바다가 된다. 그러나 우유 바다 젓기가 계속되면서 놀라운 창조물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천상의 무희 압사라가 생기고 비슈누의 아내인 미의 여신 락시미가 탄생한다. 결국 영생의 묘약이 완성되지만 그 소유를 둘러싸고 데와와 아수라가 싸우게 된다. 비슈누가 아수라를 누르고 승리한 모습도 있다.

신의 종류도 많아서 설명을 들으면서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쿠베라는 아수라의 어깨를 누르고 있으며 부의 신과 난쟁이로 알려져 있다. 반신의 존재인 약사, 고통의 신 니르티, 코뿔소가 이끄는 전차에 탄 불의 신 아그니, 공작 어개에 타고 6개의 얼굴을 가진 전쟁의 신 스칸다. 4개의 상아를 가진 코끼리 아이라와타를 타고 있는 천둥, 번개의 신 인드라, 물소를 타고 있는 심판의 신 야마, 2개의 뿔을 지닌 황소가 이끄는 전차를 탄 시바, 거위를 타고 있는 브라흐마, 4마리의 말이 이끄는 전차를 탄 태양의 신 수르야, 물의신인 바루나......10개의 머리와 20개의 팔을 흔들고 있는 악마의 왕 라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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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의 조화를 가장 잘 이루는 앙코르사원.

아쉽게도 중앙을 가로질러 앙코르왓을 향해 난 길은

그 훼손이 심각하여

조만간 부교를 설치하여 당분간 보수작업을 할 것이라고 한다.

옆으로 부교 설치를 위한 기초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가이드 말에 의하면 내년 즈음에는 우리가 걸었던 정문을 밟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부교 설치되기 전에 한 번 더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