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내가 더 유치해졌어-서정윤 홀로서기를 읽고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젊은 날 접했던 문학작품 다시보기 2016. 1. 12. 08:55
-서정윤의 시-
늙은 개
늙은 개가 짖을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진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늙은 개 나이만큼의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그 늙은 개의
신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
1980년대에 쓰여진 이 시를 접하면서
내가 20대에는 50대인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했었음을 깨달았다.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을때까지
대우를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건 처세술도 아니고
아부도 아니었다.
다만 그때는 그래야 한다고 배웠고
그래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가....
어쩌면 내가 그때보다 더 유치해졌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버리지 못해
세 곳의 집을 옮기면서도
간직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손길 가는대로.....
마음가는대로 끄집어 내다 보니
어떤 날은 시집....
어떤 날은 들녘의 왕조실록 시리즈....
어떤 날은 삼성출판사의 그림화보집....
또 어떤 날은 또 어떤 날은 민음사 시리즈...
도 어떤 날은 철학서를....
또 어떤 날은 문화 관련 서적을....
그것도 재미없으면
금강경을 읽거나 천수경 등
종교서를 읽는다.
또한
클래식에 빠지기도 하고....
뽕짝에 빠지기도 하고...
트롯트에 빠지기도 하고...
그것도 싫어지면
투고할 논문을 손질한다.
결국 내가 마무리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과정들은 지나온
나의 소소한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이제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찾을 것이 아니라
안정된 위치에서
나만의 그릇에
넘쳐나는 것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엔 내가 너무나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