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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라가 珍珠를 만나 아롱문 깁는 생활문화예술의 도시 진주" 어떤가카테고리 없음 2021. 12. 6. 11:03
이글은 지난 2021년 10월 10일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4308456402604196&id=100003196366327
에 올렸던 글을 옮긴 글임
나는 여전히 문화에 "적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적정"이란 어떤 기준을 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고 무엇보다 문화권력자들이 마치 은혜를 베풀듯...때로는 선심쓰듯사용하고 내세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기는 말이다. 그렇기때문에 유려한 말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가진 자 내지는 지배계층이 정한 기준에 맞추려는 의도는 숨길 수 없다. 이것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법정문화도시는 관주도의 사업이 아니라 민간이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이 될 수 있게 행정이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업이다. 한 지역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문화로 행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행정이 보조역할을 하고 문화예술권력자들이 선심쓰듯 자신의 기예를 시민들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지역에서 삶을 영위하면서 누려온 일상의 것들을 자신의 방식으로 누리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런데 "적정"이라는 키워드가 개입되는 순간 이것은 특정문화예술인, 특정문화예술단체, 특정문화예술기관이 자신의 방식으로 기준을 정해 놓고 그것에 맞추어 누리게 하는 것이다. 문화를 자신의 방식으로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나 창의성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에도 문화는 개별성과 보편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다양성과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적정", "형평" 이런 단어가 문화에 개입되는 순간 기존의 문화는 어떻게 저울질하는가에 따라 가치가 달라져버린다. 있는 그대로의 것이 상실되는 것이다. 인간이 누리는 모든 것이 문화라고 할때 "적정"이라는 단어가 개입되는 그 정신에 철저하게 위배되어 버린다. 그런 점에서 진주의 문화도시 사업명칭에서 적정이라는 단어로 정의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리 봐도 무엇을 적정하게 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어떤 문화를 중심으로 진주만의 색을 입히고 주민들이 누릴 수 있게 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법정문화도시란 모름지기 적어도 해당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지역민 모두가 공감하며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 법정문화도시 사업이다. 투자 대비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 안 된다. 즉, 지역산업과 문화가 연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럴려면 사업명에 지역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어, 해당 지역민의 삶, 즉 생활사와 함께 해 온 문화, 이것을 지속적으로 지역민들이 공유할 수 있고 회자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염원을 담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산업을 고려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문화는 어떤 경우에도 적정한 것이 있을 수가 없는 개별성이 존재한다. 적정에 맞추어버리는 순간 이 개별성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고 고려할 수 있으면 명칭 사용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다른 명칭으로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예를 진주의 생활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진주의 과거 영광을 근현대이행기에서 찾는다면, 나는 진주의 직조 기술에서 찾을 것을 권한다. 진주는 잠사기술이 아주 발달했었다. 진주에서 생산된 진주소촌비단은 조선시대에는 왕에게 진상되는 최상품이었고 이 기술은 문익점이 씨앗을 뿌리고 정천익이 전국으로 확산시킨 면화직조기술로 이어져 양반가 부녀자들도 섬유 직조 산업에 당당하게 참여했다는 것에서 가치를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단, 면화, 삼베가 유명했던 진주이다. 그런 진주가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진주비단이다. 비단에 그림을 그리고 비단에 글을 쓰고 비단으로 고급 의류를 만들고, 비단으로 책을 엮고, 베틀에 앉아 비단을 짜면서 여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비단치마에 수를 놓던 우리네 일상에 예술을 입힐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문항라(무늬가 있는 비단) 질이 아주 좋았던 진주.....신라시대때도 이 지역에는 비단이 생산되었었고 그 명맥은 고려를 넘어 조선시대에도 유지되었고, 대한제국기를 비롯한 근현대이행기에도, 현대산업 초기에도, 지금도....진주비단은 살아 있다.
비단의 도시 진주.....
이렇듯 장구한 역사가 이어지고 있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 지금.....문화도시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소촌비단, 금곡삼베의 역사, 망경동과 봉곡동 일대의 면직공장의 역사를 문화로 엮으면 진주라는 이름을 다양하게 의역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법정문화도시진주에 맞는 이름을
"항라가 진주(珍珠)를 만나 아롱문 깁는 생활문화예술의 도시 진주(晉州)"로 하면 좋겠다.
잘 알다시피 비단은 어떤 색을 입히는가에 따라 이름이 많다. 생항라도 있고 설백 생항라도 있고 하얀생항라, 아롱다롱 여러색이 합친 다롱생항라, 마치 옥이 내려 앉은 듯한 옥색생항라, 꽃분홍생항라, 초록색 숙항라, 일남생항라, 청옥색 생항라...빨주노초파남보를 넘어서는 생항라, 숙항라가 있다. 문화의 다양성만큼 이름이 많다. 법정문화도시가 바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문화의 개별성과 특수성, 보편성이 모두 표현되면서 비단이라는 정체성을 오롯이 살릴 수 있는 것을 요구한다.
그 뿐만 아니라 아롱문은 항라를 겹치면 은근히 아롱지는 듯 생기는 무늬를 말한다. 진주시를 구성하고 있는 16개 읍면과 14개 동이 항라가 여러 개의 색으로 표현되듯 진주를 상징하면서도 각 읍면동의 특성과 정체성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아롱문을 새길 수 있을 것이다. 법정문화도시는 바로 이것을 원한다. 적어도 진주의 문화는 지역민들의 삶과 함께 해 온 것들이 비단이라는 단어 하나에 응축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적어도~~~모름지기 문화는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구 내 생각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