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사 겸 이런 저런 이유로 모처럼 진주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인들 몇 분을 만났다. 아니 엄밀히 무슨무슨 협회에 소속되지 못한 자칭 프리랜서 문화예술인들이다.
얼추 1년만에 만난 것 같다.
연구자들은 방학에도 연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언제나처럼 시계추를 맞추어 놓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의가 개설되든 폐강이 되든 상관없이 학생들 교재를 1월에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다.
하지만 모처럼 연락을 주셔서 반가이 응했다.
앉아 있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묵묵히 들어 줄 수밖에 없는 나의 위치와 입장이 나의 무능함을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해서 몸둘바를 모르는 상황도 많았다.
어떤 분은 노골적으로 내게
"진주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이 교방만 있나요? 진주검무만 있나요? 진주탈춤만 있나요? 특정 연극만 있나요? 왜 그것만 지원해 주나요? 진주에만 교방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우리 같은 사람은 끼어들 수가 없어요.."
"진주검무는 무슨 영상 촬영도 지원해 주고 그랬다 쿠데..."
"그런 거 할라쿠모 박사를 따야 대는기요?"
"토박이들은 무시하고 들어온 사람들한테 돈을 때리 붓고 우리가 봉인줄 아는가 뻑하모 오라 가라카고, 실컷 이용마 하고 서러버서...."
"아무리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한것 아닌가요?"
"문화도시 준비할 때도 우리는 철저히 배제되었고 문화예술 권력자들만 제목소리 낼 기회주고...."
"교수들도 마찬가지요, 우리 소리는 들을 생각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고 오직 실적과 돈만 챙길 뿐..."
어떤 동네는 돈이 많이 풀려서 담장도 고치고 뺑끼칠도 하고 뺑끼칠한 것 밖에 안 되는데 작가랍시고 돈 챙기고...거기 머선 그림이라꼬"
"문화가 도대체 먼대요?"
"우리거치 포장할 줄 모리고 전통지키는 사람은 예술가가 아이라는 기 기가 막히요."
다양한 연령대 어르신도 계시고 동년배도 있고 나보다 얼추 20여 년 차이나는 예술인도 동석했는데 그 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으면서 머리가 아팠다.
답이 없다.
작년 이맘때도 똑같은 말을 들었었지만 해결은 커녕 불신의 골만 더 깊어진 것 같다.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기획서 한 장 쓸 줄 모르고 그런 것을 해야만 예술가로 인정받는 상황, 그리고 지원을 받는 상황.....
나 스스로도 예술의 가치와 예술이 추구하는 것들이
문화와 어떻게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구분하지 않아서
경제의 권리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특정 예술인들 외에는
그저 소외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문화도시도....도시재생도...관광도시도...인문도시도...
행정과 시민을 연결하는 학자의 역할이 제대로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시간이다.
영천강 바람이 쏴~~~~한 귀가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