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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을 생각하며 남해를 다녀왔다.인문도시의 본 고장 경남을 꿈꾸며/남해 2014. 10. 15. 06:54
남해에 유배온 서포 김만중이 평안북도 선천 유배지에서 지은 것이 구운몽이고 선천에서 다시 유배온 곳이 이곳 남해이다. 망운산을 보기 위해 나는 남해로 발길을 돌렸다. 1692년 4월 30일 망운산 주변 마을에서 사망한 김만중의 허묘가 노도에 있는 것을 보면
양소유로 환생해서 한 세상 잘 놀다 간 성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지었다는 구운몽.....비록 선천에는 갈 수 없지만 김만중을 생각하며 남해를 다녀왔다. 조신의 꿈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구운몽을 종교적인 관점과 이 지역의 오광대에 나오는 팔선녀 이야기가 어찌 연결되는지 궁금해서 헛다리 짚는 줄 알면서도 민속을 애써 연결해 본다.
금강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떠오르기도 하는 구운몽은 불교의 공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누구의 아들로 태어나 성장하고 결혼을 하고 권력을 잡고 전쟁을 하고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들과 살아가는 이승이 행복의 공간임을 알 수 있지만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결말은 집착을 버리는 것이 속 편하게 사는 법임을 말해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희노애락애오옥을 느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지 않으면 저승에서도 고생한다는 것을 저승의 삶을 살아본 성진이 이승에서 누렸던 삶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양소유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비판적으로 보았던 정조도 홍제전서에서 구운몽과 김만중을 칭찬하고, 그의 아버지 영조도 승정원 일기에서 아주 좋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1687년과 1688년 사이에 남해 노도에서 지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이유는 이재가 삼관기에 남긴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1803년에 목판본으로 출판되었던 것 중 6권 3책이 유포되어 왔고, 한문현토본이 1916년에 활판본으로 출간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밖에 외국어 번역본으로는
1922년에 J.S.Gale(한국명, 기일,奇一)이《The Cloud Dream of the Nine》이라는 이름으로 영역된 것이 있고 일본어로 번역된 것도 2종 정도 전해진다.
육관대사의 제자였던 성진이 그의 스승 심부름으로 동정호에 갔다가 8선녀와 놀다가 괴심죄에 걸려 양소유라는 이름을 달고 인간세상으로 유배를 온다.
하필이면 왜 동정호일까....
남해 어디를 봐도 동정호와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없는데......
아....그렇다. 남해 금산 보리암 앞에서 보면
성진이 8선녀와 놀았던 동정호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우찌되었건간에 하북 삼진과 토번의 난을 평정하여 공로를 인정받게 되어 승상이 되었고 위국공으로 책봉되어 부마가 되었다.
헐....천상의 8선녀 후신으로 등장하는 8명의 여인들을 차례로 만난다. 그냥 만나는 것도 아니고 8명을 모두 아내로 삼아 부귀영화를 누린다. 호사도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천상에서 8명, 현세에서 8명......
오늘날의 관점에서 본다면
바람둥이도 이런 바람둥이가 없다.
부러울 것 없던 양소유가 어떤 계기로 인생무상을 느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가진 자의 오만인지 계급자의 기만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인생 무상을 느끼고 호승의 설법을 듣게 된다. 그 당시 중국 소설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하여튼
현세의 호색가 양소유는 큰 깨달음을 얻고 8선녀와 함께 불가에 귀의한다. 소설적인 구조상 영웅의 일대기에서 볼 수 있는 서사구조가 보인다. 얼마나 뛰어난 작품이었던지 옥루몽- 옥련몽 등 아류 작들이 등장했을 정도이다. 불교와 도교적인 색채가 느끼지는 가운데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그의 모습도 느낄 수 있는 것이 구운몽이다.
양소유의 부인 8명을 보면 정사도의 딸 영양공주 정경패, 황제의 여동생인 난양공주 이소화, 진어사의 딸 진채봉, 정경패의 몸종 가춘운, 낙양 명기 계섬월, 낙양명기 적경홍, 토번 검객 심요연, 동정용왕의 딸 백능파 등이다.
육관대사가 지상에 9명을 보낸 이유는 뭘까.....
육관대사가 있어야 완전 수 10에 도달한다는 것인가....
완전한 세계는 10으로 이루어진 세상이고
양소유는 8궤를 좌지우지하는 육관대사 다음의 계급을 가졌단 말인가....
하여튼 팔선녀와 오광대의 팔선녀 춤을 보면.....
종교적 해석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종교적 신을 1이라고 보면 양소유는 2인자이고 8선녀는 2인자의 심부름꾼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만중이 왜 중국을 배경으로 했는지 나로서는 알 수없지만 그가 중국을 다녀온 경험이 있고 그 곳에서 빼어난 풍광을 보았을 것이고 수많은 작품도 읽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중국 수주현 양처사의 아들로 환생한 양소유....
승승장구하여 2명의 아내와 6명의 첩을 두게 되는데 다분히 정략결혼 느낌이 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인들사이에 투기 한번 없었다니 각자 맡은 역할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성진아!!!!! 인간 세상 재미가 좋드냐?" 는 노승의 말을 듣고 깨어보니 허망하게도 꿈이었다는 것으로 끝난다.
조신의 꿈과도 같은 결말이요.....
장자의 나비의 꿈과도 유사한 냄새가 나지만
어쨌거나 선계로 다시 돌아간 성진은 연화도량에서 교화를 베풀면서 수양 잘 하다가 팔 선녀와 함께 극락세계로 갔다.
허무하고 허무하고 허무하니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아닐 수 없다.
남해...
예술회관도 없고...
인문학 강의를 하고자 해도
마땅한 시설이 없어서
뭔가를 시도해 보기에
나의 한계가 있음을 발견한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을 해야 할까...
인문학적 가치를 담고
있는 것들을 많이 찾았지만
군민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나 스스로 한계가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