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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고단 가는 길...내 발길 닿는 곳이 모두 내 스승이더라.
    글나라의 중년기/세상 사는 이야기 2014. 10. 24. 05:25

    노고단 가는 길...
    지리산에 걸쳐 있는 운무를 보고 멋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저 운무 속에 펼쳐지는 세상은 어떤 세계일까...
    가 보고 싶다. 언제 가 볼까'.

    아무런 경험이 없던 동경에서........

    막연한 동경 하나를 가슴에 심었던 적이 있다.

     

    그저 지리산이 좋으니

    지리산 철쭉제나 보고 오자던

    선배들을 따라 나섰던 무지의 베일에 쌓였던 시절.....

    그 옛날 세석평전에서
    연분홍 철쭉과 함께 밤을 세면서
    맞이했던 운무도 아닐 것이고
    서대산 발밑에 펼쳐진 운무에
    놀라 내려 갈 길 생각에
    오금이 저렸던 마음도 아닐테지...


    청계산을 친구와 함께 오르면서
    진달래 꽃잎에 내려 앉은 구름이
    이슬인줄 알고 얼굴에 비볐던
    추억을 간직한 온습도 아닐테지...


    그랬는데...

    노고단 운무 속으로 들어가 보니......
    처음엔 운치에 취하고...
    소녀같은 시심에 취하고.....

    귀울림이 시작되는 고도의 시작점이

    서서히 두려움으로 밀려올 줄 모르고

    마냥 좋았더라~~~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내 기억 속에 저장된 가을 색을
    그리워하며
    서서히 안타까움이 밀려 왔다.....
    정열의 붉움과
    노랗다 못해 온 선을 물감 도배했을
    풍광을 애타게 그리워했다.
    내 사치스런 감정의 소비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귀울림이 코를 막는 훈증으로 다가온 운무가

    공포로 엄습해올 줄이야.....
    아...

    이 운무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면 어쩌나....
    이 가파른 길 행여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지극히 원초적인 생존본능이
    나를 두려움과 공포에 가둔다.

    어렴풋이

    자연이 스치며

    안심하라 손짓하며 나를

    진정시키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운무에

    끝없이 나약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지금 이 순간...

    여기에...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했다.
    아.....
    그래 모든 건
    마음....
    마음이 문제였네.
    싫음도...
    좋음도...
    공포도...
    자유도....
    인간이 만든 너무나도 인간적인 마음의 계보..
    누군가가 세운 하늘아래 첫 마을과
    도로 표지판이 그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을....

    가르침은 사람만 주는 것이 아니더라...

    자연도 내 스승이요,

    동물도 내 스승이요,

    두두물물 모두가 내 스승이더라.

     

    2014년 10월 24일 음력 윤 9월 초하루 새벽 4시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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