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오미사꿀빵 사장님 이야기도토리묵 이바구/도토리는 진리이다 2014. 11. 21. 08:46
올해가 달력 한 장 남았다고 서운해 했던
시간들이 속절없이 또 지나더니
이제 그 마지막 남은 한 장마저
남아 있을 여백을 빼앗아 가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한 가지씩
아름다운 마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은
정말 제겐 행운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뒷 모습입니다. 우리가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이라 칭하는 우리의 희망들입니다.
이 아름다운 여인들이 통영 강구안 문화마을에서
그들의 자녀들이 먹게 될 간식들을 직접 평가하고
우리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모습입니다.
참 아름다운 꽃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드는 이유는
그녀들의 미소에서 삶의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렇게 아름답게 웃을 자신이 없습니다.
저렇게 티없이 순수하게 웃을 자신이 없습니다.
아마도 물욕에 더 많이 찌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녀들의 삶에 대한 욕구는 다문화세대 여성이어서 강렬한 것이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윤리적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되 새기게 해 준 만남이었고 열정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다문화 여성이라 적지만 우리 문화 전도사라 여겨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편견이라는 마음에 새겨진 글자를 없애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편견을 없앨 이유를 제공해 주신 통영 오미사꿀빵 정창엽 사장님에게서 가업계승소상공인의 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여성들에게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직업체험 교육 프로그램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문화마당 체험을 하게 해 주었고
문화체험과 직업체험 교육이 왜 필요한지 행동으로 보여 주기도 했지요.
그 덕분에 이 아름다운 여인들은 비상을 꿈꿀 수 있게 되었지요.
각자의 꿈에 날개를 달 수 있었지요.
강의실에 앉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고 희망이라는 글자를 가슴에 새길 수 있었지요.
저는 지난 여름 진주 촉석루에 자료 조사를 갔다가 이 분의 아버님의 은혜를 입었다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정확하게 2014년 7월 4일 오후 7시였습니다.
60세 되었다는 어르신이 서울에서 진주까지 기차를 타고 오셨다면서 촉석루를 여행하는 분을 만난 것입니다.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는 내게 잘 생긴 총각이 말을 걸었습니다. '아버님이 멀리는 아닌데 힘드신 것 같은데 이곳 지리를 몰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있을 수 없어 가방에 들어 있던 물을 드렸지요. 그리고 사탕과 빵 하나를 드렸습니다. 혹시나 비상용으로 넣어 다니던 소화제 한 알을 드렸습니다...그리고는 내 자리를 내 드렸지요.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고마워 하셨지요.
기운 차린 어르신은 내게 무얼 그리 열심히 쓰는지 물어 보셨습니다. 저는 통영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어르신은 잠시 머뭇 하시더니 내게 소중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통영 앞바다는 해산물이 풍부하고 강구안 주변에서 횃불 낚시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하십니다. 그러고는 충무김밥이 아주 유명했다고 합니다. 도로공사가 시작되면서 배머리 짐밥을 할아버지의 어머니께서 해 주셨다고 했습니다. 1970년대 즈음 북신동은 논이었고 그것도 다랭이 논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에 강구안은 대부분 초가집이었는데 지붕개량을 하고 해안 도로가 엄청 넓게 조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장 뒤로 초가집은 거의 다 없애고 집을 대부분 다시 지었다고 합니다.
동중 앞바다에 큰 창고가 있었고 그때는 강구안 주변이 모두 공사중이었고 어르신의 부모님도 그곳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세끼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합니다.
드럼통을 놓고 좌판을 펴 놓고 우동과 빵을 팔던 빵집에 빵을 훔쳐 먹기도 했고 참 짖굳은 장난을 많이 쳤다고 했습니다.
어르신은 강구안 빵집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오미라사 옆에 있는 빵집에는 억수로 무서운 아주머니와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공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우동을 팔고 빵을 팔았는데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어르신에게 아주머니 나오는지 눈치를 보고는 얼른 우동 한 그릇을 말아 주시면서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이 말 하시곤 아주머니 나오시는지 안나오시는지 눈치를 보는 듯 했던 기억이 뚜렷하다고 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르신 가족들은 이 빵집 아저씨께 감사하단 말씀도 못 드리고 야반도주를 하다시피 해서 서울로 떠났다고 합니다.
서울에서도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지만
아저씨가 아주머니 몰래 말아 주셨던 우동 한 그릇에 담긴 마음을 한 번도 잊어 본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살기가 힘들어 앞만 보고 달려 오다 보니
고마움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제 살만하고 결혼을 앞 둔 아들과
진주와 통영, 남해를 구경 중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통영 강구안을 가볼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아저씨가 몇 년 전 돌아 가셨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어르신이 삶의 버팀목으로 삼았던 것이
오미사꿀빵에서 먹었던 한 그릇의 우동이 아니라
아저씨의 부성애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사진은 '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라고 하면서 우동 한 그릇 말아 주시던 아저씨의 아들인 정창엽씨입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뒤를 이은 정창엽 사장님이 직접 빵을 만드는 곳입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마음씨 고운 며느리입니다. 저는 천사의 모습을 저 분의 미소에서 보았습니다. ( 이 부부는 국립경상대학교 캠퍼스 커플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아저씨의 아들인 정창엽 사장님이 다문화 여성들에게 직업 체험을 하기 전에 안전 교육을 소담스럽게 하고 계시는 모습입니다.'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아드님은 그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아서인지 사회 기부를 많이 하고 계셨습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시면서신의 섭리를 따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아드님이 다문화 여성들의 직업 체험을 위해 준비해 주신 것들 중 하나입니다. 달걀을 저렇게 많이 풀어 놓은 것은 처음 보아 신기해서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아들이 경영하는 빵집에서 활짝 웃는 다문화 여성들을 보면서 저도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아들 빵집에서 만들어지는 빵을 신기해 하며 바라보는 다문화 여성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아저씨의 아들에게 반은 협박했을지도 모를 박성진 선생님.....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아저씨의 아들에게도 많이 미안했을텐데......날마다 날마다저는 이 분에게 참으로 미안한 생각이 많이 듭니다.저는 이 분이 겪는 일의 1/10도 안 되는 일들도 힘들다 아우성 쳤으니까요....얼마나 많이 참아야 했고....얼마나 많은 오해를 받아야 했고....얼마나 많은 시기와 질투가 있었는지....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바타를 통해 자신을 극복하면서좀 더 어둡고좀더 거친 곳에 불빛을 비추기 위해 노력하는 박성진 선생님은 통영에서 꿈틀꿈틀 뮤지컬을 성공시켜서 전국 순회 공연도 다니고 사유사제 프로그램도 운영했지요....지금은 ....또 무슨 일을 꿈꾸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하여튼 좀 괜찮은 분인 것 같습니다. ........하여튼 문화콘텐츠학과에 이런 학생이 있어서 제겐 도움이 참으로 많이 됩니다.............................이 선생님이 안 계셨으면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 아저씨 이야기를 접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쩌면....제가 문화콘텐츠학과를 오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 이야기를 그의 아들에게서 듣지 못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진주 촉석루에서...그것도 장가를 드는 아들과 추억여행을 온 여행객에서 들으면서 전율을 느꼈던 그 순간은 내게 무엇인지 모를 힘 의무감으로 다가 왔고.....어쩌면 저는 '오늘도 돈은 안 조도 댕끼게 퍼뜩 묵고 가라. 한참 클낀데 배고프면 안 된다.'아저씨의 이야기를 어느날 세상 밖으로 내 보낼 지도 모르겠습니다................2014년 음력 윤 9월 그믐날....2014년 11월 21일 쓰다.
'도토리묵 이바구 > 도토리는 진리이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토리.....그것은 꿈. (0) 2014.11.07 도토리- 그것은 내게 상징이다.- (0) 201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