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하다경남정신에 대한 연구일부비공개/기타 2005. 7. 10. 21:36
김장하선생님을 뵙고 왔다.
나는 김장하선생님이 교육을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진주의 대표 인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절이 하 수선하고 복잡하지만 진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연구하면서
혼란한 시기에도 나눔을 실천했던 사람들을 어떻게든 조명하고자 한다.
김장하선생님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명신고등학교를 세우신 분이기도 하고
지역에서 문화조직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신 분이다.
나는 한마디로 김장하선생님은 진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께 강상호선생에 대해 여쭈어 보았다.
잠시 멈추시더니 여러가지 말씀을 해 주셨다.
내가 만나는 학생들에게 덜 부끄럽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말씀을 많이 듣고 왔고 학생들에게
진주의 역사를 더 많이 들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는 첫번째로 연구하고 싶은 인물은 강재순이다.
봉양학교를 세운 의미를 안다면
강상호보다, 강영호보다, 강신호보다 먼저 연구되어야 할 인물은 다름아닌 강재순이다.
강재순이 진주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의 아들인 강상호를 먼저 살피면
강재순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역추적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진주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체, 호의.......이 말씀을 듣는 순간 얼마 전 다녀 온 구례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특히 지난 주말 의곡사 법회에 참석했다가
보살님 한 분이 운조루의 주인인 류형업이 진주의 인물들과 교류가 잦았다는 이야기를
해 주셔서 학생들에게 일제강점기 전후의 영호남 지역 교류와 관련하여 논술 주제로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아
구례를 다녀왔다. 역사인물을 NIE 소재로 활용하기도 하고
논술문 주제로 잡기도 하는데 운조루는 학생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설명하기에 흥미있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위해 지역 인물들을 통해 동기부여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서
수업에 활용하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지역의 역사인물들을
증언해 주시는 분이면 무조건 듣고 와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들려 주고 싶고 알게 하고 싶은 구한말 인물들을
정리해 본다. 특히 구연호, 허준, 류제양, 강제순은 인편으로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하니
학생들 스스로 기록물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구연호의 아들인 구재서가 강재순 등과 교류하면서 의령과
구례까지 구연호의 심부름으로 운조루를 왕래했다는 증언을 들었다.
학생들에게는 LG....럭키 금성 등 기업의 창업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수 지역 인물을 자주 이야기 하는 편이어서 좀 더 확장해서 역사논술로 접근하려고 한다.
그럴려면 일제강점기에 진주 지역과 인근 지역 인물들이 어떻게 교류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구연호는 지수를 벗어나지 않았던 인물이고 주로 진주나 의령, 함안, 구례, 하동의 유지들이
지수에 사는 구연호를 직접 찾아 왔다고 한다. 이건 아주 중요한데 학생들에게 곽종석과 김창숙 등이 주축이 되어
벌였던 파리장서 운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자금 조달 등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집밖을 떠나 본 적이 없는 구연호가 그의 아들인 구재서에게 유교적인 전통을 지키게 하면서도
신학문을 동시에 접할 수 있도록 심부름을 시켰다는 점에서 송은 박익과 유사한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지수라는 지역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나는 전주한옥마을보다 지수한옥들이
우리의 정서와 맞는 한옥마을로 적격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지수 자체가 갖고 있는 정서를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보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수시로 이야기를 들려 주는 편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기업이나 인물들을 이야기하면 수업에 더 집중한다.
쉽게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반드시 알게 하고 싶은 정체성은 논술의 주제로 제시한다.
백산 안희제의 독립운동을 말하면서 지수 출신 허만정을 이야기하고 진주지역 학교가
일제강점기때 어떤 사람들이 지원했는지, 어떤 투쟁을 했는지 말해 주면 학생들은
수업에 더 집중한다. 진주고등학교를 세우고 싶었는데 일제가 반대하여 진주여고를 세웠다고 말해 주면서
허만정, 강상호 등을 이야기하면서 마인드맵과 브레인스토밍을 하게 한다.
잘 알다시피 마인드맥과 브레인스토밍은 많은 배경지식이 있어야 무한한 생각 그물을 단시간에 펼칠 수 있다.
교사는 배경지식을 학생들이 충분히 축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많은 인물과 사건을 곁들여서 이야기하는 편이다.
구연호가 고종의 아들들을 지도한 스승이었으며 외세의 힘을 빌어 동학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대 상소를 올고 1907년 지수로 내려온 인물이다. 무엇보다 구연호는 구인회의 할아버지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구인회는 알아도 구연호가 그의 할아버지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가 많이 없다.
그가 지수로 내려와서 문밖 출입을 잘 하지 않아서 동네 사람들조차 구연호를 보지 못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랬던 그가 강재순의 아들이 1927년 사망하자 구재서를 통해 강재순에게 조문을 하도록 했다고 한다. 그 편지를 전해 준 것이 구재서라고 해서 나는 시간이 나면 편지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강재순을 연구하다 보니 그가 1929년 사망했고 그때도 구연호는 그의 아들 구재서를 통해 조문하게 했다고 한다. 구인회가 사업에 성공하여 구인상회가 확장한 날 처음으로 그의 손자 가게가 있는 진주에 왔다고 하니 친일파가 득세하는 상황과 동족을 배신하는 일이 흔하기도 하고 지수로 내려 와서 계속 감시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경에게 보이기 위해 그의 아들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겉으로는 세상과 단절하려고 했던 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무엇보다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고 교육 기관 설립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의 아들을 통해 서신으로 뜻을 전하게 되는데 그 증언을 운조루에서 듣게 되었었다. 잘 알다시피 운조루는 류이주가 주인으로 타이능해 정신을 실천한 인물이다. 당연히 진주류씨로서 진주의 인물들과 교류했다. 류제양이 일제시대에 강재순과 황현룡, 황현 등과 교류하면서 화가로 활동한 인물이다. 운조루의 계보를 보면 류영환의 아들인 류형업의 경우 진주나 하동의 유지들과 교류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허만정, 구인회, 강재순 등이다.
1940년 사망한 구연호를 조문온 인물이 바로 구례의 류형업과 김재홍, 강상호, 신현수라고 하는데 이들이 독립운동 논의를 했다고 하니 죽어서도 이 지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국가의 독립을 위해 어떻게든 노력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구재서와 류형업이 전달한 서신을 어떻게든 찾아서 학생들에게 보여 줄 생각이고 학생들에게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말해 보라고 하니 기상천외한 답을 내 놓기도 했다.
학생들이 진주를 떠나 계속 공부를 하더라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고향이 지닌 정서와 정체성, 정신이라고 생각해서
더 먼 곳으로 떠날 학생들에게 진주의 역사를 여담삼아 많은 이야기를 해 준다.
고려대 이사장을 맡았던 김기태의 할머니 정부인 김씨를 이야기하면서 꼼쟁이 할매로 불린 이유와 서푼이 진주초등학교에
여학생들이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짓는데 기꺼이 자금을 댈 수 있는 갑부가 되는 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일제강점기의 진주지역 인물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어떻게 실천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모든 것을 잊어 버리더라도 인물을 통해 형평운동, 소년운동, 학생운동, 기생운동, 걸인만세운동이 진주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살짝 이야기 해 준다. 그러면 학생들은 너무나 영리해서 자신의 방식으로 기억을 한다.
내가 나의 미래세대에게 이 지역의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암울한 역사를 부끄럽게 여기기 보다
암울한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물려 주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이 지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통해 자부심과 긍지로 삼게 하고 싶어서 수시로 자료 조사를 다닌다.
암울한 역사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먼저 말하고 그것에서 진주의 정체성을 찾도록 하려는 나의 의도는
투쟁을 통해 지켜 온 역사도 중요하지만 베풂을 통해 나눔의 진정한 모습을 직접 보여 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긍정적인 정신을 먼저 보게 하여 긍정적인 학생들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역사는 학교 수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이고
어떻게든 청소년기에는 아름다운 역사를 더 많이 접해서 긍정의 힘으로 사춘기를 극복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나를 만나는 청소년들이 건강한 정신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자료를 찾아 떠날 계획이다.
김장하선생님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구한말 이 지역에서 활동한 인물들에게 있었음을 확인한 시간이다.
앞으로 더 많은 역사인물의 흔적을 찾아 학생들에게 알려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
'경남정신에 대한 연구일부비공개 > 기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이로스의 시간과 크로노스의 시간 (0) 201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