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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토리는 인생이다.
    도토리묵 이바구/도토리묵은 인생이다. 2014. 11. 4. 10:51

    바람이 세차게 분다.

    도토리가 여기저기서 후두두후두두 떨어진다.

    때로는 설움으로 토해 내고....

    때로는 안타까움으로 토해 내고.....

    그것이 누구에겐 겨울을 이겨야 할 식량이 되고

    또 누구에겐  자식에게 차마 손 벌리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버팀목이 되기도 한다.

    도토리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아무런 상관없이.....

    그렇게 그렇게....

    때로는 한 여름내내 부지런히 일해서 튼실하게 살지웠더니

    요놈의 바람이 도토리의 수고로움을 무시하듯

    획~~스치고 지나간다.

    도토리는 제 몸무게에 못이겨

    그냥 스쳐지나간 바람일뿐이건만

    후두두두두두 떨어진다.

     

    세상사는 다 그렇다.

    나무에 의지하여 하늘도 보고

    땅도 내려다 보고

    새도 앉게 하고 싶고

    구름과 대화도 하고 싶고...

    도토리가 그렇듯이 인간도 그렇다.

     

    가끔은 큰바위 같은 부모님에 의지하여 투정도 부리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고

    잘 살고 있노라고....

    잘 살고 있노라고....

    때로는 어른인척 하고 싶기도 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있노라

    말하면서도

    정면으로 부딪히는 북풍한설에 맥없이

    타닥타닥타다다다다다닥 떨어져

    땅바닥에 떼구르르르르르르  속절없이 무너질때도 있다.

    마치 도토리가 떨어지듯

    그렇게 그렇게.....

     

    도토리는 그냥 도토리일 뿐인데

    인간들은 그것으로 묵을 만들고

    떡을 만들고

    과자를 만들고....

    약을 만들고.....

    나처럼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세상사 다 그렇다.

    별 것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하여

    서운해 하고

    시기하고....

    질투하고....

    모함하고.....

    어쩌면 인간은.....

    그래서 도토리가 안 되고 사람이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도토리를 보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 보라고.....

    나보다 9년 어린 후배를 보면

    나는 이 가을 날마다 아프다....

    문화라는 도토리를 따기 위해 다른 나무로 이번에 옮겨 왔건만....

    그녀는 나를 왜 그렇게 힘들게 할까....

    나는 그녀를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한다.

    이제 두 달 지났는데 나의 무엇을 안다는 말이지?

    왜 저러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 알 수 없음이 나 때문일까?

    그녀 때문일까?

    그녀는 왜 말을 저렇게 밖에 못할까.......

    내가 무슨 말을 하면 나에게 그런다.

    '호호호 선생님...선생님은 이제야 그것을 아셨어요?

    나는 벌써 10년전에 알았는걸요?'

    도대체 무엇을 알았다는 거지?

    그녀의 앎과 나의 앎이 같다는 단정은 어디서 나온 걸까?

    나는  분명 그녀와 다른데....

    왜 모든 것이 나를 앞선다고 말하고

    기를 쓰고 나를 이길려고 할까....

     

    그냥 그냥

    모르는 체 넘어 가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도록 그냥 두어야 하는데

    나는 왜 그것이 안 되지?

    내가 그녀가 쳐 놓은 그물에 걸렸나 보다.

    그냥 스쳐 가는 바람에 떨어지는 도토리처럼

    내가 떨어지려고 한다.

     

    나와 단 둘이 있을 때 그녀가 보여 주는 모습은 

    나를 기암하게 만드는 악마가 되어 있다.

    그런데 나와 다른 사람이 있을 때는 천사가 따로 없다.

    그럴때 마다 나도 악마가 되어 있다.

    혹자는 그것을 포커 페이스라 말하고

    혹자는 그것을 아부라 말한다.

     

    그녀는 내게 인간의 나쁜 모습을 다 보여준다.

    그럴때 마다 나는 도토리를 줍는다.

    마음을 비우고...

    분노를 삭이고....

    시간을 벌기 위해서...

    나는 도토리를 줍는다....어린 사람이라

    경박스럽다고 야단칠수도 없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 하려하니

    도토리가 바닥에 떨어져 자동차 바퀴에  짜그라 지듯

    내가 엉망진창이 된다.

     

    언제즈음 저 여인은 탱글탱글 영글은 도토리가 되어

    도토리묵 재료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내가 도토리 나무를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닐까.....

    후회도 해 본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다가오는 봄부터는

    그녀와 부딪히지 않게 해야겠다.

     

    그녀만 보면 온 몸이 아프다.

    이러다가 내가 죽을 판이다.

    도토리가 자동차 바퀴에 산산히 부서지듯

    내가 부서질 판이다.

     

    오늘 나는 나를 위해 도토리를 줍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체험하기 위해서....

    도토리는 인생이다...

    2013년 10월22일 화요일 써 두었던

    도토리 단상을 2014년 11월 4일 화요일 안영숙 그대로 옮겨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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